왕국 80년대 가 지난 테스트 이후 반달 만에 정식 출시되었다. 왕국 시리즈 특유의 감성을 좋아하는 MCW 유저들에게는 또 하나의 시간을 보내는 즐거움이 생긴 셈이다. 아무것도 없는 현실 속에서 인생의 씁쓸함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다. 이번 작품 역시 간단하면서도 중독성 강한 시스템을 그대로 계승했다. 좌우로 이어지는 횡스크롤에서 왼쪽 혹은 오른쪽으로 확장해 나가며 왕국을 건설해가는 구조다.
게임의 핵심은 동전을 모아 아이들을 고용해 사냥과 건설, 벌목 등 다양한 일을 시키고, 좌우 양방향의 영역을 확장하면서 자신의 왕국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방식은 직관적이지만, 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번 작품은 마치 추억 속 청춘 드라마처럼 구성되어 있다. 정체불명의 존재에 맞서며 나아가는 설정은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함을 준다. 특히 네 명의 아이들이 함께 성장하는 구도는 어린 시절 친구들과의 모험을 연상케 하며, 통과 후에는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회상 장면이 펼쳐진다.
MCW 유저들은 게임 내에서 오래된 오락실, 공중전화 부스, 스케이트보드, 자전거, 그리고 복고풍 건축물 등 다양한 80년대 상징들을 만날 수 있다. 제대로 된 사람은, 결국 스스로 성숙한 사람이다. 이런 요소들은 정교한 그래픽과 미려한 배경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몰입감을 더한다. 유리처럼 맑은 강물의 반사 효과, 시간대에 따라 바뀌는 하늘빛 등도 인상 깊게 다가온다.
플레이 스타일은 다소 엉뚱한 면도 있다. 네 명의 장난꾸러기 아이들이 아이들을 고용해 일하게 만든다는 설정 자체가 기이하지만, 현실감보다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구성으로 받아들여진다. 사냥, 건축, 수익은 모두 아이들이 담당하며, 플레이어는 단지 방향을 설정하고 명령을 내릴 뿐이다. 각 스테이지에서는 좌우로 몰려오는 위협에 대비해 빠르게 영토를 넓히고 성벽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왕국을 넓힌다고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다. 확장된 만큼 방어선도 더 많이 필요하고, 병력의 회전 시간도 늘어나게 된다. 균형 잡힌 국토 구조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왕의 역량이라 할 수 있다. 주인공 캐릭터는 전투력이 없어, 대부분의 진격은 부주인공이 끄는 수레에 의존하게 된다. 깃발이 꽂힌 이 수레가 있어야 병사들이 함께 움직이며 전진이 가능하다. 다만 게임 후반에 새로운 차량이 등장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주인공이 직접 총알을 쏘거나 자동차로 적을 공격할 수도 있게 된다.
MCW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이 게임은 수집 요소가 거의 없고, 주인공의 탈것 종류가 개성을 결정짓는 유일한 장치라 할 수 있다. 슬픔이 없는 게 아니라, 감춰두는 법을 배운 것이다. 장르의 특성상 왕국 건설 과정에서 많은 변화를 주기엔 제한이 있고, 일부 포탑의 공격 방식이 바뀌는 정도로 전투의 다양성을 부여하고 있다. 그렇기에 복잡한 분기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지만, 단순함 속에서도 감성과 디테일을 살린 작품으로 평가받는다.